인천 소래포구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해산물과 시끌벅적한 시장골목, 그리고 목청껏 손님들을 끌어모으려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아닐까 합니다. 여느 재래시장과 다를바 없어 보일지 모르나 구석구석 소래포구를 누비고 다니다보면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혹은 우리내의 재래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느끼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소래포구에서 제가 찾은 '보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시장 입구 한켠에 새로 지은 건물이 이번에 새로 눈에 들어왔습니다. 언제 이런 건물을 지은 것인지 ... 저를 비롯해 인천 사람들이 이곳에서 느끼던 향수와 옛 이야기들이 드디어 한 자리에 모이려나봅니다. '소래역사관'은 아직 내부를 완성하지 못한 탓에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어떠한 이야기가 이곳에 모일지 어느정도 짐작이 됩니다. 아마도 인천의 근대 개화기, 구한말 시대의 역사들이 많이 소개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 아직 개관도 하지 않은 이 곳을 두고 살짝 걱정이 앞서는 것은 왜 일까요 ....
그것은 이처럼 역사관, 박물관, 기념관들을 각 지자체나 여러 기관에서 경쟁적으로 홍보수단으로 건립해두고 그 뒤에는 나몰라라 모르쇠로 일관하는 곳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몇년 전, 문화경영이라는 주제로 보고서를 쓴 적이 있었는데 많은 세금을 들여 건물을 지어놓고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곳들을 알게되어 씁쓸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부디 이번에 새로 개관할 '소래역사관'은 다른 곳들의 뒤를 밟지 않고 소래포구를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곳의 이야기와 역사를 소개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소래포구를 찾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건너보았을 '소래철교'입니다. 지금은 양쪽으로 난간도 설치하고 안전보수공사를 한터라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이지만 과거 수인선이 있을 적에는 이곳으로 협궤열차와 소금 열차가 다녔습니다. 지금보아도 폭이 좁아보이지만 열차가 다녔을때는 폭이 더 좁았었지요 .... 그런 곳으로 사람이 건너다녔으니 얼마나 위험했을지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소래철교에 관해서는 다른 포스팅에서 곧 다루려고 하지만 이 사진 속에서는 다리를 건너는 분들이 아래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다리 아래로는 갯벌만이 있는지라 ... 간조때라 갈매기들이 갯벌위에서 갯지렁이며 먹을 것을 찾아 먹고 여유롭게 쉬어가는 중입니다.
지금은 가로등도 돛단배모양으로 새로 설치가 되고 .... 하지만 남은 나무기둥(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습니다.) 하나가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나봅니다. 저 기둥은 저 자리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을 지켜보았을지 .... 6.25 전쟁 때 이곳을 통해 피난행렬이 지나가기도 했다고 외할머니께 이야기를 들었는지라 말 없이 서있는 나무기둥이 품고 있을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동해바다의 푸른 물결도 좋지만 저는 항상 곁에서 보고 자란 서해바다의 회색빛 갯벌이 때로는 더 편안한 품으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가끔 서울에서 친구들이 바다구경이 하고 싶다며 저에게 월미도와 을왕리 가이드?!를 해달라며 인천 앞바다를 보러 올 때가 있는데 푸른 파도를 생각했는지 회색빛 물결을 볼 때 약간은 실망한 듯한 눈초리 일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똥물' 아니냐는 장난섞인 소리를 해대서 제게 멱살?!?!?!을 잡히기도 하지만요 ..... ^ ^ ;;;;; (갯벌이 얼마나 좋은데 !! )
옛날보다 많이 사라진 서해안, 그리고 인천의 갯벌이 많이 아쉽고 .... 그립고 ...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그럴때 제일 많이 생각나는 곳이 간척지에 조성된 송도신도시입니다. 다양한 모습으로 늘어선 고층 건물들과 반듯반듯하게 이어진 도로들이 점점 대도시의 모습을 갖추어 가는 곳이지만 예전의 드넓었던 갯벌의 모습이 그리울따름입니다.
소래포구시장의 골목을 다니다보면 '해수안심마크'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귀여운 돌고래 그림도 같이 붙어있는 이 마크는 해수공급사업소에서 정수, 살균, 여과 처리한 해수를 공급받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인증하는 마크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어시장이다보니 싱싱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돗물을 사용하는 것보다 해수를 이용하는 것이 더 좋겠지요. :) 그러고보면 이 '해수안심마크'라는 것도 일반 재래시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인 듯 합니다.
소래포구에는 사람 사는 향기가 있습니다. 물건을 파는 사람, 물건을 사는 사람 .... 물건을 파는 상인들은 저마다 값을 부르며 손님들을 끌어모으려하고 물건을 사는 손님들은 좋은 가격으로 좋은 것을 사기 위해 이리저리 살펴봅니다. 상인이 제시한 가격이 마음에 안드는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지나가는 손님, 손님을 놓친 상인의 허탕한 표정, 그리고 반대로 좋은 가격에 봉지 한 가득 조개며 생선을 넘겨받고 웃는 손님, 손님에게는 특별히 더 드렸다며 너스레를 보여보는 상인. 때로는 허탈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좋았다가 씁쓸해지기도 하고 .... 가끔은 손님, 상인 모두 무뚝뚝한 성격탓에 서로 왜 그러냐며 툴툴거리기도 합니다.
모두 .... 우리네가 살아가는 모습이 아닌 듯 싶습니다. :)
시장을 한참 돌아다니다보면 금새 출출해지면서 허기를 느끼는데 그럴 때 마치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나타나는 주전부리 가게가 그리도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이를테면 .... 한 꼬치에 이천원하는 저 통통한 떡갈비 꼬치가 그런 경우일테지요. 그 옆에는 천원하는 어묵꼬치도 종류별로 있구요 ....
저 또한 지나치지 못하고 어묵 하나 손에 기어코 들었습니다. 금방 만들어서 건네준 어묵꼬치 .... 사진에는 안보이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이 어찌나 맛나 던지요 ....;;; 아직도 주전부리가 이리 좋아서 큰일입니다. 어렸을 때 보통 과자먹는다고 하면 어머님들이 밥먹고 먹으라고 하지요 ? 전 .... 과자 먹고도 밥도 잘 먹는 탓에 .. 덕분에 과자 때문에 혼난 적은 별로 없습니다. 다만 과자가지고 장난치다 입에 그 과자를 물린 채 손들고 벌서다가 ... 과자를 낼름 다 먹어버려서 무지하게 빗자루로 맞은 적은 있지만요 .... 그 빗자루 ... 저와 제동생에게 공포심?!을 주며 엉덩이를 그리 때리더니 제가 중학교 다닐 즈음에 부러져서 버렸습니다. 참 후련했지요.... ^ ^ ;;;;;;;;;;;;;;;;;
역시 어시장이라 튀김류도 새우튀김이 주를 이룹니다. 빨간 새우 꼬리가 부각되서 앵글에 포착되었습니다. 새우튀김이 이리도 ... 강렬한 이미지인줄 몰랐습니다. 허허 ... ^ ^ ;;
제 동생이 해산물 킬러로 불리는데 특히 새우에 대한 애정이 남다릅니다. 동생이 어렸을 때 어른들이 추석 명절 음식으로 새우튀김, 구이 등을 하실 때면 얌전히 그 옆에 붙어 앉아 어찌나 여자 아기가 새침하게 새우를 까먹는지 ... 말도 안하고 묵묵히 새우를 먹는 모습에 어른들이 놀라시곤 했었지요.
고소한 튀김 냄새가 스며드는 시장 골목을 따라 또 다시 발걸음을 열심히 옮겨봅니다.
포구에 정박해놓은 어선입니다. 이 길을 따라 다른 어선들도 쭉 늘어서있지요. 가끔 이런 배를 타고 바다낚시를 어른들과 갈 때가 있는데 흔들리는 배에서 멀미를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육해공 어디에서도 멀미를 안하는 특성을 외할머니께 물려받았습니다. 팔순이 넘은 연세에도 비행기에서 멀미 한 번 안하시고 12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도 거뜬하게 넘기시는 우리 외할머니. 사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께서 인천의 이 갯벌과 그리고 인천 앞바다에 간직한 사연이 많으신 분들입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이시지만 옛날에는 인천에서 꽤 많은 배를 거느리고 선박업을 하시며 틈틈히 인천과 경기도 등 산에 올라 쓰레기를 치우시는 등 ... 제가 존경하는 외할아버지이십니다. 인천의 바다가 참 잘 어울리셨던 분이셨지요. :)
소래포구에는 비단 땅에서 걸어다니는 사람과 물에서 노니는 물고기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하늘을 나는 이 갈매기 .... 초등학교때 '갈매기의 꿈'이란 소설 속 주인공인 '조나단'의 이름을 따서 그 이후로 갈매기를 보면 조나단 ~ 조나단 ~ 이럽니다. 소래포구에도 어선의 뒤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갈매기들이며 사람들이 던져주는 회 한 점을 보고 날아드는 녀석들 등등 사람만큼이나 많은 갈매기들도 저마다 식성도 취향도 제각각인가 봅니다.
그 중에서 사람들이 돗자리 펴놓고 회를 먹는 옆에 위풍당당하게 두 눈을 부릅뜨고 자리를 뜰 줄 모르던 갈매기 한 마리를 담아왔습니다.
마침 아주머니 한 분이 회를 한 점 던져주셨습니다. 회를 맛나게 잘도 받아먹던 이 녀석 .... 지금은 어디를 또 날아 다니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아직도 소래포구에서 유유자적 .. 갯벌 위를 날고 있을까요 ? 저랑 마찬가지로 점점 줄어드는 갯벌이 속상할 사람이 .. 아니 동물이 바로 이 갈매기들이 아닐까 합니다.
너른 갯벌에 넘쳐나는 먹이들을 먹으며 서해 바다를 제 집으로 삼아 살아왔을 갈매기들인데 요즘의 갈매기들은 자꾸만 훼손되는 갯벌 속에서 그나마 남아있는 갯벌이 원래 이만큼인줄 알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래포구를 거닐면서 싱싱한 해산물도 맛보고 즐기고 오가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람 사는 기운을 느끼는 것도 보물이지만 그중에서도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으뜸인 보물은 바로 '갯벌'과 그것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는 '우리의 모습'이라고 생각을 해봅니다. 이 두 보물을 우리가 잘 간직한다면 훗날에도 예전과 지금의 소래포구의 모습을 유지하며 이곳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전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소래포구의 이야기는 오늘도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지요 .... ^ ^
여러분은 소래포구에서 어떤 보물을 발견하셨나요 ?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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