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행복한 사람, 그리고 행복하지 않은 사람

행복이란 기준으로 행복한 사람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 이렇게 두 종류의 사람으로 나눈다면 과연 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사람일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 물음에 대한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행복이라는 질문에 이처럼 간단명료하게 대답을 나에게 알려준 사람은 다름아닌 세네갈에서 만난 '행복한' 친구들이었다.

지난 번 포스팅에서 이야기했던 대로 2월 14일부터 열흘 동안 세네갈로 문화교류활동을 떠났다. 길지않은 시간이었지만 현지에서 많은 세네갈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고 그 중에서도 방문한 대학교의 학생들과 같이 식사를 하면서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네 이름은 뭐니, 취미가 뭐야?, 전공이 뭐였지? 등과 같은 친구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소양교육?!적 질문이 오가고 난 후, 문득 어느 순간 옆 자리에서 같이 식사를 하던 친구와 행복이라는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게되었다.

행복하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행복하다고 말하던 친구.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단원도 다른 세네갈 학생에게 행복하냐는 질문을 했었다고 한다. 물론 친구의 대답도 "나는 언제나 행복한 사람이야. :D". 당연한 대답인 것 같으면서도 그 친구들의 이러한 대답에 놀라는 내 모습에서 뭔가 잊고 있었던 것을 크게 깨달은 느낌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머리에 어떤 충격이 있었다고 해야할까....

상황을 바꿔서 만일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는 평범한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과연 그 친구들처럼 서슴없이 행복하다고 말 할 수 있을까? 그것도 활짝 웃는 미소와 함께 말이다. 평범한 질문인데도 막상 대답하기를 주저할 것 같은 머릿속 내 모습에서 행복이 나에게 평범한 것이 아니었나..라는 당혹감에 휩싸이게 된다. 행복하다고 주저없이 말할 수 있을까.......게다가 웃는 미소와 함께라니!!!!

그럼 그 친구들, 그리고 많이 마주쳤던 세네갈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이란 무엇이었을까. 돈? 명예? 좋은 직업? A가 가득찬 성적표?(지극히 대학생의 관점에서 바라본....^^;;) 

행복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저런 것부터 먼저 생각나는 나란 사람은 ... 아마도 내 기준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저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꺼야 라고 말하는 일반적인 기준에서 나 자신의 행복을 측정하려는 사람인 듯 하다. 특히 한국에서 행복의 기준으로 많이 삼는다고 하는 ... 부와 명예 말이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았던 세네갈 사람들의 행복은 저런 기준에서 나오는 행복이 아니었다. 그들이 행복함을 느끼는 원천은 멀리 있지 않았다. 바로 그들의 일상이었던 것이다.

일상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과 기쁨들.....그들은 빨리빨리가 아닌 여유로운 삶의 자세에서 우러나오는 행복과 기쁨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즐기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라고 왜 고민이 없고 걱정거리가 없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걱정과 행복을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걱정거리가 있기 때문에 행복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게 아니겠냐며......라고 말하던 세네갈 사람들.

슬픔, 행복, 걱정, 기쁨, 노여움, 즐거움 등등 알고보면 이 모두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감정들이고 항상 행복한 순간만이 가득한 삶이라면 ... 글쎄. 그렇다면 과연 그게 행복이라고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 아마 나태함에 빠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꾸고 기쁜일들만이 일어나기를 바라지만 걱정과 슬픔 이런 감정들까지도 유쾌하게 내 품안에 포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의 일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끄적거린 메모들-

+) "지난달에는 무슨 걱정을 했지? 작년에 한 걱정은? 거 봐, 기억 안 나지? 당장은 큰일이라도 난 것 같겠지만,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닌거야. 우리 잊어버리자. 내일을 향해 달리는거야. -아이아코카 자서전 중-"